"미래車 주도권 놓치면 도태된다" 글로벌車업계, 합종연횡에 사활
2024-12-18 HaiPress
中 저가 전기車 공세 위협에
기업합병·협력 강화 잇달아
◆ 車업계 지각변동 ◆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물량 공세와 함께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면서다. 이대로 밀려나면 곧바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1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 물량은 총 431만2000대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3% 급증한 숫자다. 중국산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18%를 넘어섰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들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부터는 점유율이 이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아시아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산 자동차,특히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먼저 비용 절감을 통한 대응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공장 3곳을 폐쇄하고 전체 직원의 임금을 10% 삭감하기로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염두에 두고 만든 낡은 공장들이 전기차 전환 시류에 맞지 않을뿐더러 유럽의 높은 임금수준 역시 경쟁력을 하락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스텔란티스그룹도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최근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사임하기도 했다.
그다음은 다른 기업과의 협력 강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9월 GM과 포괄적 협력 계약을 맺고,승용·상용차 분야를 비롯한 내연기관 엔진 개발,친환경 에너지 분야 기술 교류,전기·수소차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BMW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폭스바겐은 중국의 전기차 업체 샤오펑과 중국 내수용 전기차 모델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 역시 중국 립모터와 합작사를 설립해 폴란드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합종연횡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기본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시설비용,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 연 2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 넘게 생산하는 업체는 중국의 BYD 정도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은 "여러 업체가 손을 잡아 공동 플랫폼을 개발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개발과 생산비용이 줄고 부품 조달도 수월해진다"며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협력을 넘어 기업 간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1998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합병해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합병을 추진 중인 혼다와 닛산 역시 이 같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합병은 독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말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했지만 프리미엄 차를 만드는 벤츠 직원들과 대중적인 차를 주로 만드는 크라이슬러 직원들의 문화 차이로 인해 2007년 두 회사는 다시 분리됐다.
1999년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르노와 일본 닛산이 얼라이언스를 맺었지만 회장직을 둘러싼 양사 임원들의 대립,프랑스·일본 정부의 간섭 등으로 인해 현재 양사 간 교류는 거의 없는 상태다.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