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만져라”…인류 탐사선 5,000,000℃ 극강의 열기 속으로

2024-12-25 IDOPRESS

NASA 첫 태양 대기 탐사선


파커솔라 프로브,초근접 비행


상층부 ‘코로나’ 사상 첫 진입


태양 비밀 밝힐 단서에 주목


학계 “성탄선물 될 것” 들썩

임무명 ‘터치 더 선(Touch the Sun·태양을 만져라)’.

인류 최초의 태양 대기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가 태양과 손뼉을 칠 수준의 ‘터치’에 나선다. 표면에서 약 610만㎞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할 전망으로,이는 인류가 만든 물체 중 태양에 가장 가까이 가는 것이다. 태양의 진화는 물론 태양풍 등이 태양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류의 통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NASA의 파커 솔라 프로브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 53분(한국시간 오후 8시 53분) 태양 대기 상층부인 ‘코로나’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태양 바깥층을 이루는 코로나의 온도는 과학계 난제로 꼽힌다. 코로나는 태양 표면에서 약 200만~700만㎞ 떨어진 대기 바깥층에 있지만 태양 표면 온도인 6000도보다 훨씬 뜨겁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500만도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는 태양 대기층에서 방출되는 전하를 띤 고에너지 입자들의 흐름인 ‘태양풍’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태양풍은 초속 800㎞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태양계 전체로 확장되면서 우주 날씨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그 가속 기작은 아직 비밀에 싸여 있다.

과학자들은 파커 솔라 프로브의 이번 관측을 통해 태양의 비밀들을 푸는 데 한 발자국 다가갈 것으로 보고 있다. 켈리 코렉 NASA 태양물리학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번 비행은 태양 표면에 이르는 길의 96%까지 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비행일이 마침 크리스마스이브라 태양 물리학자들에게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에 근접하는 만큼 탄탄한 열 차폐 능력을 갖추고 있다. 파커 솔라 프로브가 태양에 접근했을 때 받는 태양 에너지는 최대 지구에서의 475배에 이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파커 솔라 프로브는 두께 11㎝가 넘는 강화 탄소 소재 차폐막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섭씨 1377도까지 견딘다.

파커 솔라 프로브의 비행은 일반 비행기와 다르다. 서서히 다가가는 것이 아닌 ‘플라이바이(중력도움)’란 기술을 활용해 태양 표면을 스치듯 지나간다. 플라이바이는 행성과 위성의 중력을 이용해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연료를 아끼며 비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이번 비행에서 태양에서 발생된 여러 플라스마 기둥들을 뚫는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게 파도를 타는 서퍼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풍 입자를 수집하는 센서,광시야 카메라 등을 탑재체로 갖추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탑재체들로 이번 비행 때 ‘플레어’를 자세히 관측하길 기대하고 있다. 플레어는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로 입자들을 방출하는데,이 입자들을 관측하면 어떻게 태양풍이 가속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서다. 올여름 연이은 플레어로 지구에 50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오로라가 발생하는 등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플레어 관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2018년 임무를 개시했다. 우주로 발사돼 약 80일 후 태양 표면과의 거리를 4273만㎞ 이내로 좁히며 인류가 만든 물체 중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1976년 독일과 미국이 공동 개발해 발사한 태양 탐사선인 ‘헬리오스2’가 기록한 4340만㎞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뒤이어 지난해 12월 태양으로부터 726만㎞ 지점까지 접근하는 등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 근접비행 기록을 자체 경신해왔다. 이번 근접비행은 22번째 비행으로 한 번 더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된다. 두 번의 근접비행이 더 예정돼 있으나,이들 비행은 이번보다 태양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다.

파커 솔라 프로브란 이름은 태양풍의 존재를 밝힌 우주물리학자 유진 파커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탐사선 이름을 결정할 당시 파커 박사는 생존해 있었다. 탐사선에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것은 NASA 역사상 처음이었다. 새로운 과학 영역을 일궈낸 점을 높이 샀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내년 임무가 종료된다. 그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에서 플라스마와 자기장이 대규모로 방출되는 코로나 질량방출을 생생히 포착하는 등 태양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혁신센터장은 “먼발치에서 태양을 ‘관측’하는 것과 파커 솔라 프로브처럼 직접 태양을 ‘측정’하는 것은 영역이 다르다”며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의 극한 환경을 버티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한 데 이어 직접 태양 측정을 통해 인류 지식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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