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소재·지속가능 에너지원…대변은 숨겨진 보물
2024-12-27 IDOPRESS
똥
브린 넬슨 지음,고현석 옮김
아르테 펴냄,4만4000원
똥에 얼굴을 찌푸리기 전에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가 열심히 만들어내는 이 숨겨진 보물에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자원 중 하나인 똥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똥'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미생물학 박사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브린 넬슨은 배설물의 다각적인 면모를 탐구한다. 생태계 순환에서 똥의 물질적 역할을 시작으로 똥에 대한 혐오감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살피며 의학의 혁신이자 범죄 수사와 고고학의 귀중한 증거로서 똥의 잠재력을 조명한다.
이어 건강의 지표와 질병 추적,방역의 핵심 도구로서 똥의 가치를 살피고 마지막으로 재생 가능한 미래 자원이자 환경문제 해결의 열쇠로서 똥이 가진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는 똥을 터부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똥의 다양한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똥은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의 소재가 될 수 있고,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똥은 침식 또는 미네랄 고갈 등 다양한 원인으로 퇴화된 토양을 복원하는 데 퇴비나 비료의 형태로 사용될 수 있다. 똥은 과거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주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공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발생의 조기 예측과 곧 닥칠 수 있는 환경 피해에 대한 예상을 가능하게 해 준다.
원래 자연에서는 배설물로 비옥해진 땅에서 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이 식물을 먹은 초식동물들은 다시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는 순환이 반복됐다. 동물들은 활동 지역 전체에 걸쳐 고르게 인을 재분배하며 생물계의 순환을 도왔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소 다음으로 똥을 많이 싸는 인간은 이 순환에서 멀어진 상태다. 인간은 자기 배설물을 자연 세계에서 격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물 내림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똥이 사라지게 만든다.
사람의 똥은 약산성을 띠며 건강한 성인의 경우 똥의 약 4분의 3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식단이 동일하더라도 대변의 양과 체내 이동 시간이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한 실험자는 평균 이틀 만에 음식을 통과시킨 반면 다른 실험자는 5일이나 걸렸다. 특히 결장을 통과하는 시간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유의미하게 짧은데 이는 여성이 변비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유카,렌틸콩,검은콩처럼 식물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저소득 국가 사람들의 일일 대변 무게 중앙값은 고소득 국가 사람들의 대변 무게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에는 박테리아와 고세균만큼 바이러스도 많이 존재한다. 이는 장내 미생물 개체의 총수가 우리 몸의 세포 수보다 최소 2배는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다행히도 우리 몸에 있는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들은 대부분 무해하다. 배변 후 똥에서 나는 냄새도 우리 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냄새의 원인은 우리와 우리 몸속 미생물이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화합물이다. 이 유기화합물 대부분은 유용한데,카다베린,푸트레신,스퍼미딘,스퍼민 같은 폴리아민 계열 물질들은 우리 몸 세포의 성장·성숙·증식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 도움을 준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