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뺨치는 QLED라더니
2025-03-05
IDOPRESS
소비자 뺨때린 중국산 TV
中당국 보조금 덕에 가격파괴
뻥튀기 광고에 기능제한 논란
韓제품과 달리 '무늬만 QLED'
지상파UHD 시청 역시 불가능
중국산이 밀려오고 있다. 미·중 갈등 여파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20%포인트 추가 관세로 수출길이 막히자,중국 TV 브랜드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로 대거 방향을 틀면서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TCL,하이센스,샤오미 같은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장 광고'와 '기능 제한' 논란이 일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중국 TV 브랜드인 TCL과 하이센스는 100% '퀀텀닷(QD)'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는데도 'QLED'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LED TV의 핵심 기술은 퀀텀닷(Quantum Dot)으로,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가 빛을 받으면 특정 색을 내는 성질을 활용한다. 이를 파란색 LED 백라이트와 결합하면 색 표현 범위가 넓어지고 명암비가 높아진다.
하지만 일부 중국 브랜드는 일반적인 흰색 백라이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퀀텀닷 소자를 극소량만 적용하면서도 QLED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공식 QLED TV는 밝기가 1000~2000니트(nit) 이상이지만 이러한 '무늬만 QLED'는 400~600니트로,일반 LCD TV와 차이가 크지 않다. 소비자들은 선명하고 밝은 화면을 기대하고 구매하지만,실제로는 화면이 뿌옇고 어두워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TCL은 퀀텀닷이 적용되지 않은 일부 제품에도 'QD' 기술을 사용한 것처럼 표기하고 있다. 이에 국내 QD 소재 제조업체인 한솔케미칼은 "TCL의 마케팅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관련 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인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TV 제조사들도 보다 투명한 제품 설명과 정확한 기술 명칭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TV로는 지상파 4K(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데도 이를 명확히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상파 UHD 방송 수신 여부를 묻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사용자는 "IPTV 설치가 어려워 UHD 안테나로 지상파 방송을 보려고 했지만,TCL TV에서는 UHD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아파트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공중파 채널에서 음성과 영상 간 딜레이(지연)가 발생하는데,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UHD 안테나를 설치해도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 중국 TV 제조사들이 한국의 방송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럽 수출용 모델을 그대로 판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TCL코리아는 "한국 지상파 UHD 방송 송출 방식·환경으로 인해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TV 제조사는 단순한 동축 케이블 연결만으로 UHD 화질을 구현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자가 문의할 경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해외 브랜드 TV가 국내에서 판매할 때 정확한 스펙을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관련 법을 정비해 모든 소비자가 UHD 방송을 제대로 수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기술 표준이 '권고사항'인 만큼 기술 표준을 맞추지 않는 모든 중국산 TV를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기술 표준이 국가마다 달라 수입하거나 '직구'할 경우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해외에서 한 차례 이상 리콜된 제품이 그대로 한국에서 팔리는 경우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2월 중국 등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의 국내 유통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제조국이 확인된 305건 중 중국산이 191건에 달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해외직구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며 해외에서 안전성 문제가 지적돼 리콜된 제품까지 한국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가 논란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제품을 밀어내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이 한몫한다. 중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낡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이나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전자레인지 등이다.
[이상덕 기자 / 박소라 기자 / 박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