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 “인간의 언어 바깥이라는 영역을 지향”
2025-05-19
HaiPress
일본 소설가 다와다 요코 기자간담회
다와다 요코가 19일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한 개의 언어에서 막혔을 때 다른 언어로 사고해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꽃피기도 한다.”
일본어와 독일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는 세계적 작가 다와다 요코가 이중언어의 장점에 대해 말했다. 독일 괴테 메달,일본 아쿠타가와상 등을 수상한 그는 언어 자체가 가지는 불안성에 천착해 소설을 쓰고 있다.
19일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다와다는 엑소포니(모국어의 밖으로 나가는 행위)에 대해 강조했다. 문학 연구에서는 보통 작가의 모국어와 다른 언어로 작성된 문학 세계를 이중언어 작가,디아스포라 및 이민 문학으로 분류하곤 하지만,작가는 이를 엑소포니라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한 언어의 밖 의미만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 바깥이라는 영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다 확장적이고 실험적이다.
그는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모국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데,모국어 밖에서야 삶의 가능성이 넓어지고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며 “모국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외국어일 필요는 없다. 고전문학을 읽거나 어린이의 언어를 써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어 또는 독일어로 작품을 쓸 때 차이에 대해 그는 “일본어는 전체 스토리를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을 때 쓴다. 독일어는 좀 더 추상적인 사상을 얘기할 때,철학적 산문처럼 쓰게 된다”고 말했다.
다와다의 문학 세계를 이루는 근간은 1979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넘어간 경험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독일어를 익히면서 한편으로는 모국어인 일본어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면서 세상과 사물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의 신비로움을 주목해 문학 세계를 만들었다.
다와다는 대표작 ‘헌등사’ 외에 ‘지구에 아로새겨진’ ‘별에 어른거리는’ ‘태양제도’로 구성된 히루코의 여행 3부작과,‘눈 속의 에튀드’ 등이 국내에 소개됐다. 특히 히루코의 여행 3부작은 유럽 유학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사라져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히루코의 여정을 그린 장편 소설이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모국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인물 간의 우정을 느낄 수 있다. 언어에 천착하는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작품이다.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헌등사’는 다와다 요코의 초문화적이고 탈인간중심주의적 문제의식이 집약된 작품집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한 작가는 ‘헌등사’에서 재난 이후를 디스토피아적 세계로 설정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일본인과 외국인 등의 불화를 통합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