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800건’ 선관위다운 부실관리…투표지 수십장 외부 반출
2025-05-30
IDOPRESS
밖에서 대기하다 투표지 들고 점심
밥 먹고 돌아와 신분 확인 없이 투표
선관위 “관리 부실 책임 통감” 사과
21대 대통령을 뽑는 6·3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돼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손에 쥐고 있다. (사진=매일경제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신촌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 수십 장이 투표소 외부로 반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대선 때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비판받은 바 있는데 또다시 부실 관리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자 30∼40명이 본인 확인을 거치고 투표용지를 수령한 뒤 투표소를 이탈했다. 기표 대기 줄이 길어진 탓에 대기 줄이 투표소 밖까지 이어졌는데,이 중 일부는 투표용지를 들고 식당에서 식사까지 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소쿠리 투표’에 이은 ‘밥그릇 투표’”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과정에서 기표된 투표용지를 소쿠리와 쇼핑백에 담아 옮기는 등 부실 관리로 사과하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선관위 측은 사고가 벌어진 배경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해당 투표소를 방문하며 인파가 급증한 점을 들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해당 투표소에서 이 후보가 사전투표를 해서 인원이 많이 몰렸다”며 “상황을 인지한 뒤 외부 대기를 중단시키고 기표대를 6개에서 13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표 마감 결과 반출된 투표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유권자들이 외부에서 돌아온 뒤 다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선관위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투표소 현장 사무인력의 잘못도 모두 선관위의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잇따른 부실관리 논란에 ‘외부 견제’를 받지 않는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에 감사원이 직무 감찰에 나서자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월 헌재는 “외부 감찰은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감사원 감찰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사실상 그 어떤 외부 기관으로부터도 감시받지 않는 ‘통제 사각지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