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려요, 안 사가요”…한국의 자존심 흔들린다, 사면초가에 빠진 자동차업계
2025-06-03
IDOPRESS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5곳
내수 판매량 대부분 떨어져
美관세 여차로 수출도 부진
양재동 현대 기아차 본사 건물 앞 신호등이 빨간불로 점멸돼 있다. [이충우 기자] 한국 경제 버팀목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수출 실적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까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발표한 ‘5월 내수 판매’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KGM,한국지엠 등 4곳의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5월에 비해 2.4~39.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코리아만 유일하게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의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개선된 5월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판매가 부진한 데 대해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내수 소비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반적인 소비 여력 감소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자동차 판매 관계자는 “신차 출시 부재 등도 5월 판매 하락에 영향을 미쳤지만,확실한 건 자동차를 보러 대리점을 찾는 고객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라면서 “기존 고객들도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차를 바꿀 여력은 없다’며 타던 차를 계속 타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자동차 수출길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자동차 수출 물량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로 두 달 연속 급감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감소한 62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32% 급감한 18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발효됐던 지난 4월보다도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다. 올 4월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 감소율은 19.6%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시작한 올해 4월 3일 이후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을 동결했다. 하지만 더 이상 관세로 인한 부담 증가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떠안을 수는 없다는 판단하에 조만간 미국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판매량이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수출 부진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국내 생산 라인의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6월 울산 1공장 2라인,4공장 2라인에 대해 주말 특근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들 라인을 제외한 생산 라인은 4~5일의 주말 특근 일정을 소화한다. 1공장 2라인은 준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와 소형 전기 SUV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한다. 4공장 2라인은 중형 트럭 포터와 전기차 포터 일렉트릭을 생산한다.
현대자동차 1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을 만드는 울산 1공장 12라인 가동도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가 해당 라인 생산을 잠정 중단한 것은 2월 24~28일과 4월 24~30일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이 와중에 현대차 노조는 전년도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말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지난해 당기순이익 30%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3조2299억원을 달성한 바 있어 30%를 계산하면 3조9690억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려움에 빠진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선 내수 위주의 정책부터 우선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상반기 자동차 내수 시장에 큰 도움이 됐던 개별소비세 30% 감면이 6월 말 끝난다”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개별소비세 감면부터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