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아이리쉬 펍 무대에서 와인 한잔···10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원스’
2025-03-04
IDOPRESS
배우들 눈빛으로 악기연주
16개 악기,10개월간의 연습
암전없이 흐르는 무대 전환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순간
뮤지컬 ‘원스’의 프리쇼 장면 <신시컴퍼니> 뮤지컬 ‘원스’ 공연 시작 10분 전,아이리쉬 펍을 그대로 옮겨놓은 무대에 관객들이 화이트와인 한 잔을 든 채 서있다. 관객에 둘러싸인 배우들이 이윽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른다. 무대 위 관객이 눈치껏 내려오면 물 흐르듯이 공연이 시작된다.
10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교감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얻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뮤지션 꿈을 거의 포기한 가이(Guy)와 딸을 부양하기 위해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 걸(Girl)이 우연히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변에서 볼 법한 인물로 주인공 이름이 남자 ‘가이’와 여자 ‘걸’인 이유다. 결국 뮤지컬 ‘원스’에서 말하는 것은 우리 모두 외로운 사람이고,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구원이라는 것.
뮤지컬 ‘원스’는 2007년 개봉한 동명의 음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대표곡 ‘Falling Slowly’ 등 전주만 들어도 아는,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관객을 적신다. 음악적 감동에 뿌리를 둔 뮤지컬 ‘원스’는 오케스트라 없이 오로지 배우들이 작품의 모든 음악을 책임진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로 무대 위 배우들은 쉴 새 없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와 연기,안무까지 소화한다.
통상 뮤지컬은 2개월간 연습하지만 이 뮤지컬은 10개월간 음악 연습이 진행됐다. 지휘자 없이 서로 눈빛만으로도 완벽한 합주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걸을 제외한 전 출연진이 모두 기타를 치고 1인당 작게는 1개,많게는 9개 악기를 연주해야 한다. 피아노,바이올린,만돌린,우쿨렐레,아코디언,기타,카혼 등 총 16개 악기가 사용된다.
이 작품은 뮤지컬 특유의 암전 장면 없이 물 흐르듯이 장면이 전환된다. 악기·의자·테이블을 배우가 직접 옮기면서도 각각의 안무로서 완벽한 합을 보여준다. 단순한 장면 전환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 큐가 되는 똑똑한 연출인 셈이다. 노래가 빠질 수 없는 아이리쉬 펍을 배경으로 하고,뮤지션을 꿈꾸는 가이와 음악으로 교감하는 걸이기 때문에 노래 넘버의 시작과 끝은 자연스럽다.
뮤지컬 ‘원스’에 음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코믹적인 요소다. 화이트 와인으로 긴장이 풀어진 관객이 옆사람 눈치보지 않고 꺄르르 웃을 만한 대목이 끊임없이 나온다. 체코 이민자 액센트를 가진 걸의 사랑스러움,개그맨 김진수가 맡은 펍 사장 빌리의 능청스러움 등이 웃음을 자아낸다.
유독 진입장벽이 높은 작품답게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가이에는 윤형렬,이충주,한승윤이 참여했고,걸에는 초연 멤버였던 박지연,이예은이 함께 했다. 가이의 아버지인 다에는 박지일,이정열이 참여했다. 총 12명의 배우가 거의 퇴장 없이 계속 무대에 선다.
배우들은 음악 레슨 뿐 아니라 아일랜드 문화 레슨도 받았다. 배우들은 체코어 선생님을 초빙하여 언어와 문화를 배웠다. 아일랜드 출신의 협력 연출가 코너 핸래티로부터 아일랜드인의 특성,문화,역사와 이민사를 배우고,한국과 일맥상통하는 정서를 찾아 무대에서 구현했다. 배우들은 그들의 문화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깊은 정서를 체화했다.
이 작품은 라이센스 뮤지컬로 2012년 뉴욕 브로드웨이 처음 선보여졌다. 당시 토니상 8개 부문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주어질 수 있는 수많은 상을 섭렵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국내에서 해외 협력 연출진과 국내 협력 연출진이 함께 작업했다. 오는 5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뮤지컬 ‘원스’에서 가이(왼쪽·이충주)와 걸(이예은)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뮤지컬 ‘원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뮤지컬 ‘원스’에서 걸(박지연)이 딸을 재운 채 노래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