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꽃꽂이 삼국시대에 시작 고려땐 귀족사회 고급 취미
2024-12-27 HaiPress
차·향·꽃의 문화사
김영미 지음,글항아리 펴냄,4만8000원
우리나라에서 꽃꽂이 문화가 처음 발견된 것은 삼국시대다. 백제와 신라 왕실에서는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기이한 동물과 화초를 길렀다. 신라는 당나라에 꽃을 선물하기도 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꽃꽂이는 귀족사회의 고급 취미로 자리 잡았다. 국왕들은 왕실 화원에 신하들을 초대해 화초와 진귀한 물건을 관람하게 하고,잔치를 베풀어 군신 관계를 공고히 다졌다. 사대부 계층에서는 이상적인 군자의 모습이 투영된 꽃을 자기 수양의 대상으로 삼았다.
신간 '차·향·꽃의 문화사'는 동양에서 꽃피운 차와 향,꽃과 관련한 문화의 역사를 추적해 한데 묶은 책이다. 신분과 종교,교역과 시장,문학과 그림,유행과 모임,장인 정신과 예술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을 담았다. 책은 동아시아 권역을 한국,중국,일본으로 나누고 국가별·시대별로 흐름을 설명하면서 차·향·꽃을 바라봤던 여러 인물들의 시선과 그것을 담아낸 예술적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면서 문헌이나 고고학 출토품 등 근거가 명확한 자료를 토대로 삼국의 차·향·꽃 문화가 서로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세세히 보여준다.
이야기는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과 일본으로 이어진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동아시아 차·향·꽃 문화의 출발점에 있다. 차는 중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향과 꽃 문화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출발해 인도,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된 뒤 한국,일본으로 확산됐다. 다만 한국과 일본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차·향·꽃 문화는 각국의 고유한 문화와 함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용되고 변형됐다. 예컨대 한국의 꽃 문화는 예술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면서도 이성적이며 경제적인 접근에 기반했다. 반면 일본의 꽃꽂이 문화인 '이케바나'는 부처님께 바치는 공화로 시작해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다.
사실 차·향·꽃은 하나의 종합적인 예술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차 문화가 흥했을 때 향과 꽃도 그 자리에 있었으며 함께 커다란 시너지를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향 문화는 도교와 불교,유교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질적 향상을 이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아시아 삼국의 차·향·꽃 문화와 그릇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