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장 100% 가동’ 반등기회 잡은 SK온…이젠 경쟁력 입증할 시간 [기자24시]
2025-07-16
IDOPRESS
SKBA 전경 1990년 독일은 하나가 됐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고 낙후된 동독은 서독 경제에 큰 부담이었다.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념도 정치도 아닌 경제였다. 하나의 독일이란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서독은 인내했고 동독은 변화에 응답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독일 동부는 드레스덴,라이프치히와 같은 성장 거점 도시를 꽃피우며 유럽 산업의 주축이 됐다. 진정한 통일의 완성은 구호가 아닌 시스템과 시간의 합으로 가능했다.
지금 SK이노베이션 안에도 그와 닮은 통일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한 지붕 아래 한데 모인 여러 계열사 간 실적 비대칭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전기차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혹독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반복되는 대규모 적자와 투자 부담은 SK이노베이션의 발목을 잡아왔고 재무 리스크의 근원이라 지적받고 있다.
그랬던 SK온의 미국 조지아 공장이 상업 가동 3년 만에 처음으로 100% 가동에 나섰다. 12개 생산라인은 멈추지 않고 배터리 셀을 쏟아내고 있다. 하루 배터리 생산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배가량 늘어났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북미에서의 이번 성과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축포를 쏘기엔 너무 이르다. 성과가 이익으로 이어지고,이익이 기술 개발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제품군이 다변화되고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구조적인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이고 누적된 성장이다.
통합은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원팀 정신을 내세우며 합(合)에서 답(答)을 찾겠다는 SK이노베이션은 본원적 경쟁력을 강조한다. 혹독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SK온의 본원적 경쟁력은 이제부터 수익을 내는 능력이 돼야지만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동독이 유럽의 새로운 산업 엔진으로 성장했듯 SK온도 SK이노베이션의 미래를 실어 나를 구동축이 돼야지만 다른 계열사의 인내와 희생이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다. 지금은 상상도 잘 안 되지만 시간이 흐른 뒤 SK온이 SK이노베이션의 드레스덴이 돼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추동훈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