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설치·AI 아트…미술관 넘어 시장에서도 주목

2025-07-24 HaiPress

크리스티,첫 AI 미술품 경매


AI 회화·설치·디지털 아트 등


낙찰률 82%,총 10억원 기록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코미디언’ 85억에 또 낙찰돼


상업 화랑·국제 아트페어서도


다양한 크기 설치작품 선보여

알렉산더 레벤의 실시간 인공지능(AI) 로봇 페인팅 작품 ‘Untitled Robot Painting’(2025).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8190달러에 낙찰됐다. 크리스티 지난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에선 인공지능(AI)이 미술품 경매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경매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가 처음으로 모든 출품작을 AI 미술품으로 선보인 것.

한 작품은 온라인 경매가 진행되는 약 2주 동안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완성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출신으로 오픈AI의 첫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미국 작가 알렉산더 레벤의 AI 기반 실시간 로봇 페인팅 작품 ‘Untitled Robot Painting’(2025)이다. 작가의 명령어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기반의 붓을 쥔 로봇 손이 벽면에 설치된 채 캔버스 위에 그림을 점진적으로 확장해 그려나가는 방식을 따른다. 프린터기처럼 작동하는 이 AI 로봇은 2.5×2.5㎝에서 시작해 최대 305×366㎝까지 그릴 수 있고,이번 작품은 8190달러(약 1120만원)에 낙찰됐다. 작품명 역시 AI가 지었다.

이번 경매에는 AI를 활용해 제작한 회화,설치,디지털 아트 등 총 34점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무려 28점이 실제 판매되면서 낙찰률 82%,총 판매액 72만8784달러(약 1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터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AI 기반 페인팅 비디오 작품인 ‘Machine Hallucinations–ISS Dreams–A’(2021)는 추정가(15만~20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27만7200달러(약 3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최고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회화,조각 등 전통적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던 디지털 아트,설치미술 등이 최근 주류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이런 작품들은 실물로서의 소장 가치가 떨어지는 등 이유로 공공미술의 영역인 미술관이나 대안공간에서 조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년 사이 미술시장에서도 미디어 아티스트나 설치미술가,AI의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이 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캐틀란의 설치 작품인 ‘코미디언’은 지난해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달러(약 85억3400만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시장 벽면에 평범한 바나나 1개를 회색 접착테이프로 붙인 형태의 이 작품은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각 1개씩과 바나나가 썩을 때마다 이를 교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작가의 서명이 들어간 진품 인증서로 구성돼 있다. 일종의 개념미술 작품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AI 기반 페인팅 비디오 작품인 ‘Machine Hallucinations–ISS Dreams–A’(2021). 크리스티

한 관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마우리치오 캐틀란의 설치 작품 ‘코미디언’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코미디언’은 지난 2019년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처음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당시 총 세 개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두 개는 12만달러(약 1억6500만원)에,나머지 하나는 15만달러(약 2억600만원)에 판매됐다. 이번 경매에서는 기존 가격의 약 10배에 달하는 추정가 100만~150만달러에 출품됐는데,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추정가의 6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 당시 620만달러(약 85억원)에 이 작품을 낙찰받은 이는 저스틴 선 트론(가상화폐) 설립자였다.

이 같은 현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 유입된 젊은 컬렉터들이 이전과는 다른 미술품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이다 츄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20·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 헤드(부사장)는 “이전보다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매체가 더욱 다양해졌는데,젊은 컬렉터들은 이런 새로운 매체에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제 동시대 미술품 시장에서 매체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AI 작품의 경우 앞으로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통적인 매체를 넘어선 다양한 작품들이 상업 갤러리를 통해 적극 소개되고 있다. 설치미술가의 작품은 소장하기 용이한 크기로 제작돼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은 지난 6월 미국의 설치미술 거장 제임스 터렐의 대표 연작 ‘웨지워크’ ‘글라스워크’ 등을 상대적으로 작은 중형 크기로 선보였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가 백정기 작가의 설치 연작 ‘is of’를 소형으로 제작해 출품한 작품들이 판매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선화랑이 프랑스의 3인조 AI 아트그룹 ‘오비우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오비우스는 지난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의 40배가 넘는 43만2500달러(약 5억9400만원)에 판매된 AI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를 제작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서울 전시에서는 초현실주의 화풍의 AI 그림,비디오,설치 등 19점을 선보였다. 특히 작가들이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 안에 들어가 시적인 장면을 상상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변환해주는 ‘마인드 투 이미지’ 기술로 제작한 새 풍경화 연작 ‘Imagine’이 큰 호응을 얻었다.

미디어 아트와 설치 미술은 동시대 미술의 혁신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는 9월 개막을 앞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은 신진·중견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아티스트 어워드’의 올해 수상자로 미디어 아티스트 임영주 작가를 선정했다. 임 작가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서 수상작 ‘Calming Signal’(2025)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에서는 전현선 작가가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섹션에 초청돼 대형 설치 신작 ‘Into the Woods to Lose Our Way’를 선보인 바 있다.

전현선 작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2025’ 언리미티드 섹션에서 선보인 대형 설치 신작 ‘Into the Woods to Lose Our Way’. 갤러리2·에스더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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